Monday, October 26, 2009

Museum Days


• VIDEO: Kai & Tate Museum Days
  (11:23, English-subtitled)
엄마가 된 이후로 보연은 육아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습니다.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다며 저보고도 좀 읽으라고 권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되더군요. 암튼 보연이 요즘 읽는 책에 따르면 카이 또래의 아이들은 대개 대여섯 단어 정도로 이루어진 문장을 말할 수 있는게 보통이라는데, 카이는 때로는 열 개가 넘는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도 곧잘 말합니다. 그 뿐 아니라 의문사, 부사, 접속사 등도 넣어서 말을 하는데, 이 역시 또래 평균보다 빠른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어렵고 긴 문장을 말할 때의 카이를 보면, 낱말을 하나씩 하나씩 띠엄띠엄 연결해가며, 머릿속으로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을 다시 확인하려는 듯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그 표정이 예술입니다.

얼마 전에는 저녁을 먹다 말고 갑자기 중얼중얼 이런 말을 하더군요.
"경청이란 상대방이나 내가 하는 일에 눈과 귀와 마음을 모아 집중하여 그 소중함을 보여주는 것"

알고 보니 카이가 다니는 프리스쿨에서 배운 말이었는데, 물론 그 뜻을 이해해서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그냥 외워서 나오는 말에 가깝겠지만, 암튼 갑자기 뜬금없이 이 말을 중얼중얼 읊는 카이를 보고 있자니, 거짓말 같기도 하고... 놀라움과 감동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군요. 더 놀라운 일도 있는데, 카이의 뛰어난 기억력은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요즘은 1,2년전에 있었던 일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일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인 것처럼만 보였었는데, 이제 말을 할 줄 알게 되고 나서 그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서 말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전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카이 친구들 중에서는 카이보다 훨씬 더 말을 잘 하는 아이도 있고, 카이가 또래보다 뒤늦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아직도 기저귀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카이에게는 분명히 어딘가 좀 특별하고 신비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의 이런 천재스러움이 빛을 발하는 걸 지켜보는 일은 흐뭇하고 흥미롭습니다.

테이트는 사실 거의 모든 면에서 같은 시기의 형보다 더 빠른 발달을 보입니다. 하나하나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사실 이 놈이 더 천재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라서인지, 아니면 형보다 특이한 행태를 보이는 부분들이 적어서인지 테이트의 그런 면들은 대부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요즘은 이런저런 말들을 참 잘 따라 하는데, 엄마, 아빠, 물, 내려(high chair나 car seat에서 내려오겠다는 말), 됐다(뭐가 됐다는건지 암튼 뭘 끝냈거나 자기 마음에 들게 하고 나면 이렇게 말합니다), 차, 셰(새), 기추(기차와 choo choo를 제멋대로 합성한 말)... 자기 이름 "테이트"도 잘 발음하고, 형 이름도 비슷하게 따라하고, 오늘 농장에 가서는 "돼지"와 "닭"을 제대로 된 발음으로 따라 말하더군요. 암튼 새로운 단어를 몇 번 말해주면 금방 다 잘 따라 합니다.

테이트는 여태껏 단 것을 거의 먹어보지 않았는데, 며칠 전부터 엄마가 고구마를 구워서 잘라주니까 너무나도 맛있다는 듯 까르르 웃어가면서 먹습니다. 여전히 틈만 나면 형한테 맞고 사는데, 이젠 맞는 것도 익숙해져서 형이 때리려고 다가오면 몸을 바짝 엎드려서 방어를 하기도 하고, 웬만해선 잘 울지도 않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가까이 있을 때 형에게 당하면 평소보다도 더 아픈 척 과장하면서 우는 꾀를 부리기도 합니다. 테이트는 모든 것들에 겁없이 적극적으로 달려 드는 모습이 엄마아빠를 즐겁게 하는데, 암튼 지금까지 17개월을 같이 살아보니, 워낙 별난 모습이 많은 카이보다는 함께 살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가끔 카이는 한번도 하지 않았던 위험한 짓을 시도하려는 것만 빼면.

최근 한두달 동안은 유난히 많은 museum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날씨가 화창한 일요일이어서 마침 kids festival이 열리는 한 농장에 갔었는데, 그 농장도 'farm museum'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어서 어쨌든 오늘도 또 뮤지엄에 간 셈입니다. 그동안 뮤지엄에서 찍어온 영상들에다, 지난 여름에 메트로폴리탄에서 찍은 것까지 더해서 한 편의 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마침 얼마전 한 어린이박물관 멤버쉽을 가입해놓은 터라 제휴를 맺은 대부분의 어린이박물관들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이 비디오에 나오는 여섯군데의 뮤지엄들 중에서 입장료를 제대로 내고 들어간 곳이 한 곳 밖에 없군요. :)

3 comments | 댓글 읽기/남기기:

Boyeon said...

카이의 기억력은 정.말.로. 놀랍습니다. 그리고 길눈이 어찌나 밝은지 한 번 가본 곳은 다 외워버리는 것 같습니다.

이제 말까지 유창해진 덕에 엄마가 최근에 제일 곤혹을 치르는 때가 카이 낮잠 재울 때인데-, 신생아 때부터 잠 자는걸 너무나 싫어해서 재우는게 정말정말 힘들었던 카이는 요즘에도 지쳐서 잠이 들 때까지 드라이브를 해야만 낮잠이 드는데 어지간한 길은 다 외운터라 엄마가 운전을 하고 있으면 "엄마,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놀이터 간다고 해놓고는 어디로 가는 거예요?"하고 묻습니다. 카이 재울 목적에 무작정 하이웨이 달리던 엄마, 당황해서 "어? 그래? 여기 놀이터 가는길 아니던가?" 하면 "엄마가 잘못했잖아요." 하고 말을 합니다. --; 그러면 엄마는 할 수 없이 차를 돌려서 다른 길을 무작정 달리는데 낯선 길을 가게 되면 카이는 낯선 환경이 신기해서 "저기에는 뭐라고 써 있는거예요?" "저건 무슨 말이예요?" 질문을 쏟아내면서 잠이 들기는 커녕 점점 말똥말똥해집니다. 그렇게 1시간쯤 운전한 엄마, 지쳐서 카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카이야, 눈 감고 잠깐 쉬고 있으면 엄마가 카이가 원하는 곳에 데려다 줄게. 제발 눈 좀 감고 있어." 그러면 카이는 "싫어요. 엄마가 어디 가나... 지켜볼래요. 눈 안감아요." 하고 대답을 한답니다. 이쯤 되면 정말 "내 팔자야..."소리가 절로 나오지요. 물론 카이 안 듣게 속으로만 되뇌이지만요.

오늘도 정확히 1시간을 운전하다가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카이에게 져서 결국 놀이터로 가서 한시간을 놀았는데, 잠 안자겠다는 아이를 왜 억지로 재우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쯤 되면 놀이터에서 놀 때의 카이는 거의 만취해서 몸 제대로 못가누기 직전의 상태처럼 되거든요. 지나치게 흥분해서 뛰어다니고 여기저기 부딪히고 깔깔거리면서 아무데나 누우려고 들고, 그러다가 무지하게 짜증을 내면서 엄청나게 울다가 잠이 들어버리는...그걸로도 모잘라서 잠 들고 나서도 자주 울면서 깨지요. 어떨때는 1시간 반 낮잠에 4-5번을 울면서 깨고, 그렇게 자고 나면 잔 것같지도 않은지 내내 짜증만 내고...그래서 카이는 너무 졸려워지기 전에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서 재우는게 꼭 필요해서 카이의 잠과의 전쟁을 지금도 하고 있는거랍니다.쩝~

그런데, 준이 말한 보연이 최근에 읽고 있는 육아책에 의하면, 잠은 두뇌활동에 꼭 필요한 것으로 집중력이 뛰어난 아이일수록 잠을 많이 재워야 한다는군요. 예로 아인슈타인은 머리만 대면 골아떨어졌대요. 저도 여기서 학교 다닐때 영어를 놓치지 않고 들으려고 너무나 집중을 해서 학교 다녀온 날은 정말 피곤했었거든요. 카이가 쉽게 피로해지는게 무서운 집중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답니다. ㅋㅋ

Boyeon said...

본문 글에서 준이 말한 카이의 기억력에 대한 전율을 오늘 또 한번 느꼈는데, 카이 재우려고 한시간을 운전하면서 우리동네 왠만한 길은 다 다니던 중에 딱 1년 전에 한 번 갔던, 그 전에도, 그 후에도 가 본 적이 없는 멕시칸 레스토랑 앞을 지나가게 됐는데 카이가 갑자기 그럽니다. "엄마, 저기 옛날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아저씨들이 노래하고 카이가 엘리베이터 탔었지?" 허거걱~~~ 작년 10월에 그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갔었는데 건물 밖에 불 장식이 되어있었고 밥을 먹던 중에 마리아치가 노래를 했었거든요. 당시 엘리베이터에 탐닉해있던 카이가 음식 나르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너무 타고 싶어해서 카이아빠가 매니저한테 특별히 부탁을 해서 엘리베이터를 한 번 탔었는데 그걸 다 기억하다니...게다가 카이가 퀘사디야를 좋아해서 멕시칸 레스토랑을 여러군데 갔었는데, 엄마가 빠르게 운전하고 지나가는 와중에 그 음식점을 발견하고서는 대부분 비슷한 멕시칸 레스토랑 중에서 거기가 바로 그곳이라는걸 정확히 짚어내는 것도 놀랍고..... 정말 전.율.이었습니다.

카이의 기억력에 깜짝 놀랄 때마다 "이 아이, 정말 천재 아니야?" 하는 즐거운 상상(?)과 함께 엄마의 잘못도, 엄마가 카이에게 서운하게 한 것도 다 기억할테니 정말 잘해야 겠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된답니다.

Anonymous said...

카이, 테이트의 일상의 행복이 바다 건너까지 전해져 옵니다...
"경청이란 상대방이나 내가 하는 일에 눈과 귀와 마음을 모아 집중하여 그 소중함을 보여주는 것" 이건 지금까지도 재영, 우영에게 가르치고 있는 바인데(하긴 어른되서도 어렵죠..) 카이는 어려서부터 몸에 베어 늘 경청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저는 요새 저희 홈피에 글, 사진 올리는데 몸을 사리고 있는데, 재영, 우영이가 아주 옛날 글들까지 다 검열하며 불만, 비판을 가하는 바람에...
미래의 독자에 대해 크게 감안하지 못했던 저를 반성하며, 이미 잘 하고 계시지만 그 미래가 엄청 빨리 옴을 기억하고 더욱 조심(?)하시길...ㅋㅋ
-준하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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