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22, 2009

'굿바이 노무현'


얼마전, 한겨레21에 이런 제목의 커버스토리가 실렸을 때, '난 아직 그를 보내지 않았는데..., 아직 그를 보낼 수 없는데...'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쩔 수 없지만 정말로 그를 보내야 할 때가 와버렸습니다. 그를 알기에, 사실 그리 놀랍기만 한 일은 아닙니다만, 이런 마지막일 수 밖에 없는 그와의 헤어짐이 참 무거운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돌이켜보면 참 오랜동안 참 많은 일들을 그와 함께 안타까워하고, 그와 함께 기뻐하고, 그와 함께 분노했던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 지지했고, 인간적으로 사랑했던 그를 이제 정말 떠나보냅니다. 하지만 그는 영원히 내 마음 속의 대통령입니다. 그를 이렇게 부르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불러보고 싶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노짱.

4 comments | 댓글 읽기/남기기:

강모씨 said...

얼마전, 한겨레21에 이런 제목의 커버스토리가 실렸을 때, '난 아직 그를 보내지 않았는데, 한겨레도 그를 버리는구나, 준형씨는 어떨까?' 했답니다.

가끔.
준형씨가 여전히 그분을 지지하는지 궁금했거든요.

예전 홈피에서 준형씨가 올린 글 보고,
그분을 다시 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생애 최초 정치후원금(소액이지만)을
설레는 마음으로 낼 수 있게 되었지요.

어제는 퇴근 후 친구와 조계사에 들러 절 올리고 왔어요.
조계사는 평생 간 적이 없었는데,
작년에 촛불 들다 처음 가고,
어제가 두번째 였네요.

봉하마을도 가고 싶었는데,
영결식은 서울에서 한다니 다행이예요.

June said...

고맙습니다. 누군가에게 제가 그의 이름과 함께 기억되는 사람이라니... 그의 지지자로 남는다는 건 스스로에겐 참 자연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를 손가락질하는 세상의 많은 이들 사이에서는 참 많은 안타까움들을 겪게 하는 일이죠.

그 안타까움들에 대한 기억이 자꾸만 되새겨져서인지, Memorial Day 연휴였던 지난 3일동안 참 많은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이제 좀 진정이 되었나 싶으면 다시 어느새 또 다시 입을 틀어막고 울음을 참고 있고... 제가 자꾸만 우니까, '연적'이 사라져서 기뻐해야 할 보연도 따라서 눈물이 난다고 하고...

금요일, 서울에서 영결식이 열리는 시간, 이 곳 뉴욕에서도 추모의 밤 행사가 열릴 예정이랍니다. 멀리서나마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June said...

이번 일과 관련한 이런저런 글들을 읽다가, 참 정확하고 간결하게 정리한 글이 하나 있어서 소개합니다. 정치적으로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쓴 글이라서 더 객관적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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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년 12월28일, 당시 이명박 당선자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전임자를 잘 모시는 전통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지켜졌다.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지난 23일, 이 대통령은 비서관들에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어긋남이 없도록 정중하게 모시라”고 긴급 지시했다. 드디어 전임자를 잘 모셔도 될 때가 왔다고 판단한 걸까? 이 사건을 보며 머릿속으로 고대의 역사가 헤로도투스가 남긴 기록이 떠올랐다.

“페르시아의 왕 캄비세스가 이집트의 왕 사메트니우스를 붙잡았을 때, 그는 이 포로에게 모욕을 주고자 했다. 캄비세스는 페르시아의 개선행렬이 지나는 거리에 사메트니우스를 세워두라고 명령했다. 사메트니우스는 자신의 딸이 물동이를 인 하녀의 모습으로 제 앞을 지나는 것을 봐야 했다. 모든 이집트인이 이를 보고 슬퍼했지만 사메트니우스만은 눈을 땅에 떨어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 아들이 처형당하기 위해 행렬 속에 함께 끌려가는 것을 보고도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로행렬에서 자신의 하인 가운데 하나를 보는 순간, 그는 손으로 머리를 치면서 가장 깊은 슬픔을 표했다.”

세세한 차이만 있을 뿐, 우리가 본 것은 수천년 묵은 이 고대의 관습을 그대로 빼닮았다. 마치 전쟁을 치르듯 정치하는 나라라서 그럴까?

임 기를 마친 것은 패전이 되었고, 퇴임한 대통령은 포로 취급을 받았다. 포로가 된 대통령은 먼저 측근들이 줄줄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것을 봐야 했다. 승자들은 그의 눈앞에 포박한 아내를 데려다 놓고 실실 웃으며 ‘자기를 구하려고 아내를 버리느냐’고 모욕을 퍼부었다. 법적으로 싸워보겠다던 그의 가냘픈 의지도 행렬 속에서 마침내 자기의 아들과 딸을 보는 순간 꺾이고 말았다.

촛 불정국으로 현직 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을 헤매고 전직 대통령의 인기가 날로 높아만 가고, 친노가 재결집한다는 소문이 떠돌던 지난해 여름. 수사는 연임을 앞둔 전 국세청장이 특별세무조사로 4개월 동안 태광실업을 털어 얻어낸 정보를 대통령에게 직보함으로써 시작됐다. 세무조사 앞에 붙은 ‘특별’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특별’한 뜻을 갖는다. 검찰은 인원을 두 배로 늘려 전직 대통령 주변을 몇 달에 걸쳐 먼지 털듯이 털었다. 국정원에서는 때맞춰 억대의 시계 얘기를 흘렸다. 금속탐지기를 갖고 봉하마을로 쳐들어가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포로를 처형할 것이라면 단숨에 할 일. 하지만 검찰은 그동안 이른바 ‘빨대’를 동원한 교묘한 언론 플레이만 해왔다. 검찰은 고슴도치인가? 온몸에 빨대를 꽂은 모양으로 내용물을 줄줄 흘리고 다녔다. 이를 보다 못한 누군가가 검찰청에 빨대 한 상자를 택배로 보내는 퍼포먼스를 했다. 고양이가 참새를 잡아놓고 이리저리 장난을 치듯이, 수사를 끝내놓고 구속 카드와 불구속 카드를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기를 무려 한 달. 마침내 참혹한 사태가 벌어어자 이제 와서 낯 두껍게 “원래 불구속 기소하려고 했다”고 인간미를 자랑한다.

검찰-빨대-언론은 혐의를 사실로 확정했다.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이미 판결은 법정 밖에서 내려졌다. 보도를 보니 “확실한 물증을 수사팀에서 확보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서 주변을 괴롭히며 압박하고 들어가 강제로 자백을 유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백번 양보를 해 검찰에서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자. 그 경우 더 큰 문제가 남는다. 증거는 언론이 아니라 법정을 위한 것인데, 왜 언론 플레이로 전직 대통령을 망신주는 정치적 기동을 해야 했는가?

“미 안해하지 말라.” 권양숙 여사를 향해 한 말인 것 같다. 가족이 돈을 받았어도, 어차피 도덕적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돌아간다. 물론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엄연히 다르나, 평소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던 자신이 이제 와서 법과 도덕은 다르다며 변명을 하는 것 자체가 구차한 일. 그렇다고 변호를 안 할 수도 없는 것이, 그 일에 당신 개인만이 아니라 개혁세력 전체의 명예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을 변호하면 검찰의 올가미가 주변과 가족을 향해 전방위적으로 옥죄여 들어온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고향에서조차 유배생활을 해야 했던 그 분은 몸을 날려 정치 없는 세상으로 날아가셨다. 이것을 ‘서거’가 아니라 ‘자살’이라 불러야 한단다. 그래, 더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 불러야 한다.

커다란 슬픔과 뜨거운 분노로 그 분을 보낸다. “원망하지 말라.” 그래, 우리는 저들을 용서하자. 그러나 결코 잊지는 말자.

—경향신문 특별기고, "사지로 내몬 ‘빨대 검찰’과 언론",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원문링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5251804345&code=990304

주정연 said...

3~4일간 너무 우울해서 뉴스도 신문도 안보려구 노력했지만 보이는건 온통 그얘기뿐이라 많이 찝찝했었는데
혹시나하고 와보니 역시나네...
내가 노통 팬두 아니었고, 투표했던것도 아니지만, 보이지않는 지지자이며 옆에서 보던 안타까운 사람이었던것 만은 분명한가봐... 한국이 싫다는 생각만 계속들고 여기 계속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네..ㅋㅋ
하여간 별 다른일은 없이 잘 지내나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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