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21, 2008

Kai's 2nd birthday


카이가 두 살이 되었습니다. 두 살이 되기 며칠 전부터 아빠가 연습을 시켜서 "카이 몇살?" 하고 물어보면 손가락 두 개를 꼽으면서 "투('투'인지 '두'인지 애매모호하게 발음합니다. 영어와 한국어 두 개를 모두 커버하려는 듯. ^^)"라고 대답합니다.

생일은 10월 19일인데 미리 앞당겨서 14일에 카이의 생일파티가 있었습니다. 잠 없는 두 아들 덕에 늘 수면부족에 시달리는데다가 설상가상으로 그 전 주에 카이랑 테이트가 둘 다 감기에 걸려서 코가 막히고 기침을 하느라 잠을 못자서 저도 덩달아 날밤을 새우면서 무리를 했던 끝이라서 생일파티를 준비한다는 것이 좀 부담스럽긴 했었습니다만, 우리 카이 생일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더라구요. 그럼에도,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카이의 생일을 위해 며칠간을 고민하며 생각했던 것들을 다 해주지는 못했고 (June은 됐다고 하지만 저는 풍선장식을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생일파티하던 날 덤벙거린 점도 많고, 동영상도 하나도 못찍고... 이레저레 아쉬움이 남네요.

암튼, 카이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손님들은 카이의 play group 친구들과 엄마들이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Tate의 백일때 초대했던 손님과 동일.) 카이의 친구들은 오전 11시경부터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숫기 없는 우리 카이는 홈그라운드인데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집에 들어오자 제 뒤에 숨어버리더군요. 그리고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친구들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대개 아이들이 친구가 자기 장난감을 만지면 달려들어서 먼저 가지고 놀려고 한다거나 혹은 뺏거나, 아니면 같이 놀기라도 하는데 카이가 그러는걸 본 적이 없습니다. 카이가 무척 아끼는 장난감을 친구가 가져가면 당황스러운지 "엄마~" 하면서 저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한 눈짓을 보내기는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그 날도 그렇게 물끄러미 친구들을 바라보던 카이, 엄마가 부엌에서 일하다가 잠깐씩 거실로 나가면 안아달라고 매달리면서 손님들을 조금은 두려운(?) 듯이 바라봅니다. 심지어는 방에 혼자 들어가 있기도 하고, Tate가 방에서 우유를 먹을 때에는 테이트에게 뽀뽀까지 하더라구요. 카이의 테이트에 대한 샘은 테이트가 맘마를 먹을때 가장 두드러져서 테이트를 안고 맘마를 먹이고 있으면 냅다 달려와서 아기의 머리를 쥐어박거나 때리는 일이 종종 있었거든요. 엄마에게 주의를 받다가 4번 이상 그 행동이 계속되어 카이가 방에서 쫓겨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날은 혹시라도 거실로 쫓겨날까봐 걱정이 되어서 그랬는지 테이트에게 뽀뽀도 해주고 아주 nice하게 굴면서 옆에 얌전히 앉아 있더라구요. 카이의 그런 잔머리(?)가 얼마나 귀엽고 우스운지....

카이의 두려움과는 아랑곳 없이 친구들은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활기차게 놀았고, 친구 엄마들이 테이트를 안아준 덕에 테이트의 백일때보다는 빨리 음식 준비가 끝이 났습니다. 카이의 친구들도 엄마가 테이트를 안으면 잘 놀다가도 달려와서 소리를 지르는 등 질투를 하더군요. 그래서 한 사람이 계속 안지를 못하고 여러 명이 번갈아가면서 테이트를 안아줬는데 테이트는 낯을 가리지도 않고 오히려 벙글벙글 웃어가며 잘 놀았습니다. 카이도 참 잘 웃는 아기였는데 테이트는 카이보다 더 잘 웃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식사 시간. 밥 먹기 전에 먼저 케이크에 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카이의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케이크는 카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과일 딸기와 각종 berry가 들은 2층 케이크로 미리 주문을 해뒀는데 케이크를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카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바라봅니다.

생일축하 노래가 끝이 나고 채은이를 비롯, 꼬마 친구들과 함께 촛불을 껐습니다. 엄마가 준비해둔 고깔모자를 깜빡하는 바람에 모자를 쓰고 다시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불까지 다 끈 마당에 김이 새서 그랬는지, 아니면 꼬마 친구들의 인내심이 거기까지였는지, 아니면 모자 쓰기를 싫어해서였는지 암튼 모두 함께 모자를 쓴 사진은 도무지 찍을 수가 없었답니다. 물론 절대 모자를 쓰는 법이 없는 우리 카이군, 고깔 모자를 머리에 잠깐 얹어 놓는 것도 용납하지 않으며 가장 비협조적이었습니다. --;

그리고 곧 식사가 시작됐습니다. 카이보다 3주쯤 늦게 태어났는데 말은 1년 먼저 태어난 아이들 수준으로 끝내주게 잘하는 민지가 "밥 먹자. 민지 배고파."하며 의자에 앉습니다. 카이가 새로운 단어를 말하면 "우리 카이, 천재 아니야?"하며 감동하는 June이 민지를 보면 아마 큰 충격을 먹을 듯합니다.^^ 메뉴는 예전에 저희 엄마가 제 생일때 꼭 해주시던 갈비찜과 과일 샐러드, 닭가슴살 구이, 해물파전, 게맛살 냉잡채, 콩나물과 시금치 나물, 그리고 약식. (원래는 전 2-3가지를 더 할 생각이었는데 힘들어서 포기했슴다.) 파티 전 날 계획보다 좀 늦게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게 되어 그날 밤이랑 파티날 아침까지 정신이 없었고, 급히 하다보니 음식들이 달아지고 간이 조금 덜 맞았는데도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너무 고마웠답니다.

아침부터 졸려워하던 카이는 밥 먹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하이체어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다가 고개가 떨어졌는데 엄마가 방에 옮겨서 눕히자 "아-따(딸기)! 불~!" 하면서 벌떡 일어납니다. 카이가 좋아하는 딸기와 불이 함께 있었던 딸기 케이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나봅니다. 그리고 카이는 이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케이크를 먹어보았습니다. 한 번 맛을 들이면 맨날 케이크를 달라고 졸라댈까봐 걱정했던 엄마의 우려와는 달리, 빵은 뱉어내고 딸기와 각종 베리만을 먹는 카이. 역시 우리 카이는 좀 특별한—유별나다고도 할 수 있는—구석이 있는 아이입니다. ^^;

카이가 자지 않고 바로 깨어난 덕에 다시 거실로 나올 수 있었고, 그렇게 깜빡 졸았어도 피곤이 좀 가셨는지 카이는 기분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카이의 친구들이 가져온 선물을 풀어보고 엄마가 생일카드를 읽어줬는데 카이는 생일카드에는 관심이 없고 선물에만 온통 시선 집중. 준서한테서 받은 토마스 기차는 당장 뜯어서 가지고 놀았는데 모든 아이들이 다 그 기차를 갖고 싶어해서 작은 소음과 여러번의 교통 정리(?)가 필요했었답니다. 낮잠 시간이 다가와서인지 꼬마 손님들이 슬슬 피곤해하기 시작했고, 엄마가 미리 준비해둔 goody bag을 카이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손님들이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카이는 손님들이 떠난 후에 낮잠을 자지 않고 버티면서 친구들이 준 선물을 가지고 놀다가 저녁 7시쯤 쓰러져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눈뜨자 마자 "아-따! 불~"하고 말합니다. 딸기 케이크가 정말 인상적이었었나봅니다. ㅋㅋ 그 후로도 "아-따! 불~"하고 말할 때가 많고, 아직까지도 우리 집에 걸려있는 'Happy Birthday' 배너를 볼 때마다 "아-따, 불, 해피 우러버러 해피 하라따 버버 해피 중얼중얼.." 하면서 박자를 맞춰서 손뼉을 칩니다. 해피 버스데이 노래를 부르는 듯 합니다. 생일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불이 켜진 딸기 케이크도 맘에 들었었고 사람들이 자기를 둘러싸고 노래를 해준 것도 기억에 남고, 선물도 받고... 무언가 자기를 위한 특별한 날이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습니다.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주면 중간 중간 맞장구도 치고 이런 저런 말도 하면서 가만히 귀 기울여서 듣곤 합니다. 파티 전 날 잠 못자며 음식 하고, 손님들 떠난 후에 집 정리 하고...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카이가 이렇게 좋아하니 마음은 정말 뿌듯하고 흐뭇합니다. 그래도 두 번 할 기운은 없어서 정작 카이 생일 당일에는 미역국도 못 끓이고 그냥 수수팥떡과 초코파이 케이크로 때우고 넘어갔답니다. ^^;

2 comments | 댓글 읽기/남기기:

Anonymous said...

곁에서 함께 축하해주지 못해 너무 아쉬운 카이 생일을 이렇게 사진으로, 글로 보니 너무 좋네요~
"카이야, 생일 다시한번 축하해~ 카이는 좋은 엄마,아빠가 계셔서 너무 좋겠구나~ 나중에 효도하렴~^^"
-준하고모-

홍순 said...

읽는 재미가 있어...
뽀야나 쭌의 글은...
길게 쓰는데도 지겹지가 않네... ㅎㅎ

카이 생일 축하~!!
카이 얼굴은 항상 수줍어 보여...
엄마 아빠의 글 때문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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