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16, 2008

Stories about Kai and birds



카이는 새를 무척 좋아합니다. 집앞 잔디밭에 나가면 제일 먼저 새가 있나없나 찾아보는데, 새가 앉아 있으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가까이 다가갑니다. 물론 새들은 카이가 다가가면 다 도망가지요. 동물 이름 중에서 가장 먼저 말할 줄 알게 된 것도 새입니다. 만화나 사진을 보다가도 새만 나오면 "셰"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곤 합니다.

카이는 여전히 밤에 울면서 깰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는 카이를 창가로 데려가서 창문을 열고 밖을 향해 "새들아" 하고 불러본 다음, 카이한테 "새들이 다 코- 자나부다. 새들이 잘 때 카이도 자야 내일 새들이 일어났을 때 카이도 같이 놀 수 있겠지? 카이도 코-자자."하고 얘기해주면 신기하게도 울음을 뚝 그치고 잡니다. (이 마법의 주문은 아빠가 개발한 건데, 요즘은 새 하나 만으로는 약효가 잘 듣지않아서, 다람쥐, 도라, 부츠, 메이지, 물, 나무, 비행기...까지 닥치는대로 다 동원해야 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새를 좋아했던건 아니었습니다. 한 1년쯤 되었을까, 우리집 창문가에 새가 날아와서 앉아있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카이는 신기함 반, 두려움 반의 표정으로 창가로 다가서서 새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이 눈앞에서 새가 퍼드득 날아올랐습니다. 겁많은 카이는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렸지요. 그 사건 이후로 한동안 새는 카이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우리집에는 카이가 기어다니기 시작할 무렵부터 깔고 놀던 놀이방매트가 있는데, 양면에 디즈니 만화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새 사건'이 있었던 다음 날, 카이가 갑자기 그 매트 위에 올라가려 하질 않는 겁니다. 들어서 매트 위에 앉혀놓으면 무언가를 피하듯 얼른 내려오구요. 이상해서 가만히 살펴보니, 매트에 그려진 도날드덕 여자친구(웬만한 만화 캐릭터 이름들은 다 꿰고 있는 보연도 그 오리 이름은 모른답니다) 캐릭터를 무서워하는 것 같더군요. 카이 눈으로 보기에도 그 오리가 새처럼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그 오리가 없는 면을 위로 해서 뒤집어주니까 그제서야 매트 위에 올라가더군요.

암튼 그런 history를 극복하고, 카이는 새를 사랑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요즘 카이는 뽀로로를 무척 즐겨보는데 (근데 이거 진짜 잘 만들었더군요), 엊그제는 거기에 새가 당근을 한입에 쏙 먹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카이가 맘마를 먹을 때 June은 당장 그걸 써먹었습니다. "아까 새가 당근 먹는거 봤지? 카이도 이 당근을 잘 먹으면 새들이 와서 카이랑 놀아줄거야." 이상한 논리입니다만, 어쨌든 그날 저녁 카이는 당근이 든 밥을 모처럼 아주 잘 먹었습니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 June이 카이를 데리고 집앞 잔디밭에 나갔는데, 새가 한마리도 안 보이는 겁니다. 입장이 곤란해진 June은 또 이상한 논리를 만들어서 얼렁뚱땅 위기를 넘깁니다. "이상하다. 새들이 다 어디 갔지? 아마 새들이 어제 당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아직 자나부다."

그리고 그날 점심, 종완이 고모네와 고모친구네와 함께 바베큐를 하러 George Washington Bridge 아래의 공원에 갔는데, 엄청나게 많은 큰 새(이름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는데, Boyeon에 따르면 캐나다에선 Canadian Goose라고 부른답니다.) 떼가 풀밭에 있는 겁니다. 카이는 신이 나서 새들 주변을 뛰어다니며 춤을 춥니다. 기회를 잡은 June, 논리를 완벽하게 완성시키는 한마디를 카이에게 던집니다. "우와- 새들이 진짜 많이 왔지? 어제 카이가 당근을 잘 먹어서 새들이 카이랑 놀아주려고 온거야."

이런 방식으로 카이는 점점 더 아빠 말이라면 철썩같이 믿는 아이가 되어갑니다. :)

11 comments | 댓글 읽기/남기기:

Anonymous said...

우와~~
애 둘에, 일하고, 바쁠텐데 정말 부지런히 사진 올리고 글올리네...
나중에 정말 멋진 육아일기가 될 것 같다. 애들이 쫌 크니까 자기 육아일기 보여달라고 하던데, 안 썼으면 어쩔뻔했나 싶었거든..
이렇게 새로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무럭무럭 커가는 카이랑 테이트가 대견하고 보고 싶고, 한편으로는 우리 애들 어렸을 때가 생각나면서 애들한테 잘 해 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곤해(아기일 땐 잘 자라 주는 것만으로도 효도하는 건데 커가면서 기대도 커지고 속상할 때도 있고 하니까..)
카이랑 테이트의 사진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몰랐지?^^ 그러니까 이쁜 카이랑 테이트 사진 자주 올려줘~~
셋째 이모

June said...

요즘 제 유일한 취미생활인데, 한번 재미가 붙으니 더 열심히 하게 되네요. 원래는 더 여러가지 것들을 담을 수 있는 family scrapbook의 컨셉으로 시작한건데, 요즘 저희 생활이 워낙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육아일기처럼 되어버렸지요. 글을 올리면서, 나중에 아이들 한글공부에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은 했는데, 승재랑 승연이한테까지 도움이 되는 역할까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 :)

이승재 said...

승연이는 2년쯤 전에 새만 보면 소리지르면서 다 날라가게 했는데...
독수리한테 덤비는 대범함까지 보여주었음ㅋㅋ
나중에 카이도 새들 보면 다 쫓아낼까?

Boyeon said...

카이와 새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카이 태몽이 '새'였다는거지요. 아직 임신인 줄도 몰랐을때, 그러니까 카이가 막 엄마 뱃속의 아기집에 자리잡을 무렵에 커다란 흰 새를 타고 하늘을 나르는 꿈을 꿨답니다. 너무나 태몽같은 그 꿈을 꾸고도 설마..했었는데 그 다음날 또 꿈에서 새가 나와서, 이틀이나 연속으로 새꿈을 꾼 것이 심상치 않아 테스트를 해봤더니 정말 임신이였었다는... 그래서 카이가 더더욱 새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가 하는걸 보고 배워서 그런지 카이는 심심하면 종종 창문 앞에 서서 "셰~" "셰야~" 하고 부르곤 한답니다. 어느날 아침에도 안방 창가에 서서 "셰~" 셰~"하고 부르던 카이, 갑자기 흥분해서 외계어(카이의 언어)를 쏟아내는겁니다. "흐이~ 후와~!! 셰 와부르 다다 셰 후러어러따따 와따...." 왜 그러나 궁금해서 가봤더니 진짜로 새 몇마리가 잔디밭으로 날라온겁니다. 카이는 자기가 부르니까 온 줄 알고 흥분을 한거였지요. 어찌나 귀여운지... 그럴때가 바로 아이 키우는 묘미를 느끼는 순간이요, 육아의 피곤함과 지침이 단숨에 날라가는 순간이지요. ^^

soyoyoo said...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아빠, 엄마를 둔 카이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조다리 밑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저도 제 딸아이를 데리고 그곳에 자주 가곤 했었지요. 그때도 캐나다에서 날아온 기러기들이 지천이었고, 바람도 많이 불었었습니다.

디자인하시는 분이라 너무 멋진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부럽습니다. 종종 놀러오지요. 행복하세요.

Anonymous said...

참, 뽀로로는 방송에 나오는 거야, 아님 비디오나 DVD?
승연이가 좋아해서(사실 아직도 좋아함..^^) 비디오 샀던 게 있거든, 아직도 어린이용 비디오가 우리집에 꽤 많지.. 미국에서 구하기 쉬운게 아니라면 보내줄까해서..
셋째 이모

홍순 said...

데이지...

June said...

soyoyoo / 늘 제가 fan의 입장에서 지켜보던 쪽이었는데, 이렇게 찾아주시니 좀 황송하군요. :)

June said...

셋째 이모 / 뽀로로는 카이 친구 엄마가 구해 준 DVD를 통해서 처음 접했구요. 요즘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file로도 봅니다. 저희집의 시스템환경상 카이는 TV를 보는 일은 드물고, 거의 모든 동영상을 컴퓨터로 보기 때문에 일반 비디오테이프라면 보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암튼 고맙습니다.

June said...

홍순 / "데이지가 뭘까?" 둘이서 고민하다가 답을 찾지 못했었는데, 오늘 저녁에 카이를 무릎에 앉히고 디즈니 동영상을 보다가 "Donald loves Daisy."라는 말이 나와서 "아하-"하고 깨달았다네.

Boyeon said...

내가 최근 만화는 미처 따라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고전적인 만화에 있어서는 한 가닥 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홍칠, 그대가 한 수 위일세... (근데, 그런걸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너의 기억력은 숫자에만 강한줄 알았었는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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