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11, 2010

Kai and Tate enjoy Mystic


• VIDEO: Kai & Tate enjoy Mystic
  (7:25, English-subtitled)
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라는 것에 대해,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일단 여러 식구들과 함께 지내는 걸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데다, 확실히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잠깐씩이나마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건 엄청난 어드밴티지이기 때문에, 가족들 중의 누군가가 놀러온다고 하면 다소간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기쁜 마음이 됩니다.

요즘 카이와 테이트는 한국에서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래 머무시는 일정이라서 몇 차례의 여행일정도 잡혀있는데 지난 주말에는 2박3일 일정으로 Connecticut주의 Mystic에 다녀왔습니다. 카이와 테이트는 작은 항구도시와 그 주변에 있는 여러 볼거리들을 즐겼는데, 같은 동네로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짤막한 소개를 해 봅니다.

Mystic Seaport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꽤 넓은 면적을 가진 항구안에 범선을 비롯한 여러 척의 배, 항구와 관련된 전시, 등대, 아이들을 위한 놀거리 등 수십가지의 여러 볼거리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5월부터는 배를 직접 타 볼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생각보다 볼 것이 많은 곳이었고,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티켓이 꽤 비싼데 AAA 멤버쉽이 있으면 4명까지 3불씩 할인. www.mysticseaport.org

Mystic Aquarium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코니아일랜드에 있는 뉴욕아쿠아리움이나, 남부뉴저지에 있는 어드벤쳐 아쿠아리움보다 더 깨끗하고 잘 관리된 아쿠아리움이라는 인상.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아이들이 즐기기에는 위의 두 군데보다 더 좋은 듯. 특히 저 위의 사진에 보이는 Beluga Whale이란 놈은 정말정말 귀엽고, 비디오에 보이듯 춤추는 문어나, 아이들 손 움직임에 따라 도는 물개도 인상적입니다. 어린이박물관들처럼 아이들도 티켓을 사야합니다. www.mysticaquarium.org

Jonathan Edwards Winery
Mystic에서 약 15마일 거리에 위치한 이 와이너리는 제가 읽은 어느 와인관련 칼럼에 따르면 뉴잉글랜드 지역의 와이너리 중에서 예쁘기로 손꼽히는 곳이라는군요. (부근의 다른 와이너리를 가 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어렵지만, 제 느낌으론 그 글에서처럼 예쁘지는 않았습니다. 크기도 작은 편이고.) 매일 오후 3시에 무료 와인투어를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따라다니기에는 불편한 점들이 많았고, 와이너리를 구경하러 왔다기보다는, 야외 테이블에서 술을 먹으러 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www.jedwardswinery.com

Mohegan Sun Casino
제가 가본 미국 동부의 수십여군데의 카지노들 중에서 가장 잘 디자인된 인테리어를 가진 카지노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스타일을 응용해서 벽과 천정, 많은 조형물들을 일관성있고 아름답게 꾸며놓았습니다. 담배연기만 자욱한 다른 카지노와 비교해서 한 차원 높은, 격이 있는 분위기. 시골마을의 한적함이 지루해질만한 무렵,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화려한 인테리어를 잠깐 즐기고, 저녁을 먹고 오기에 좋습니다. 아이들이 놀만한 전자오락실 같은 공간도 있고, 부페는 6세 이하 아이들은 공짜. Mystic에서 약 20분 거리. www.mohegansun.com

Stepping Stones Museum for Children
Mystic에서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 중간쯤에 위치한 1층짜리 어린이박물관. 크기는 비교적 작지만, 깨끗하고 알차게 잘 꾸며놓았습니다. 2-5세 가량의 아이들이 두어시간 즐기기에 딱 좋습니다. 뉴욕, 북부뉴저지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도 가능한 거리. ACM 멤버에겐 무료. www.steppingstonesmuseum.org

Stew Leonard's
위의 어린이박물관과 같은 도시 Norwalk에 있는 수퍼마켓. 수많은 종류의 유제품들과 친절한 서비스로 유명하다는데,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아이들을 위한 볼거리가 매장 중간중간에 많이 있다는 점. 누군가가 'grocery store의 Disney'라고 말했다는데, 가보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됩니다.
www.stewleonards.com

Monday, February 15, 2010

기저귀를 찬 김연아



이제 각각 40개월, 20개월씩을 산 두 놈들 옆에 함께 있다보면 엉뚱하고 놀라운 해프닝들을 많이 겪게 됩니다. 예전에 블로그에 적어놓은 걸 나중에 다시 읽다가 "아 맞다 그랬었지" 하게 되는걸 보면, 요즘 벌어지는 일들도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다 기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에서 떠오르는 대로 몇가지를 적어봅니다.

• 카이는 몇 달 전부터 집 앞에 있는 프리스쿨에 다닙니다. 예민한 구석이 많은 카이가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학교가 자기 마음에 들었는지 다행스럽게도 잘 다닙니다. 처음에는 오전반만 다니다가 낮잠을 자고 오후3시까지 학교에 있는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바꾸려고 하니까, 카이는 학교에서 낮잠을 자기 싫다고 하더군요. 좀처럼 그 고집을 꺾지 않아서 애를 먹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부터 이불을 선물로 받고 난 후부터는 마음을 바꾸어 학교에서 낮잠을 잡니다. 그 이불을 덮고서.

• 테이트도 예전에 형이 다니던 한인교회의 '엄마랑나랑' 프로그램과 Mr. Joe 음악프로그램에 다닙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일단 겁부터 내던 카이를 기억하는 선생님들은, 새로운걸 보면 신나게 달려들고, 순서가 먼저인 다른 친구들을 앞질러 뛰어가는 테이트를 보고 '어쩌면 형이랑 이렇게 다르냐'고 한마디씩 합니다. 엄마는 그런 테이트를 데리고 다니면서, 카이 때 쌓였던 한이 다 풀린다고 합니다.

• 지난 달에 한국에서 다니러 온 외삼촌은, 온 종일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테이트를 보고 "깡총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딱 어울리는 별명입니다.

• 연상의 젊은 여자에게 유난히 관심을 표하는 카이는 한국에서 온 외숙모와 Pittsburgh에서 놀러온 지선이 숙모를 참 많이 따랐는데, 자기랑 같은 레벨이라고 생각하는지 "숙모야."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테이트도 삼촌들이 좋은지 "땀춘"이라고 부르며 깡총깡총 뛰어다녔습니다.

• 어제는 설날. 세배를 하러 Brooklyn에 사는 종완이 고모네 집에 놀러가는 길에 Chinatown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길이 막혀서 서있는데, 춘절을 맞은 중국인들이 사자인지 호랑이인지 (호랑이 해니까 아마 호랑이겠지요) 빨간 탈을 쓰고 북소리를 내며 춤을 추면서 우리 차 옆으로 지나갔습니다. 그걸 본 테이트가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리자, 그 옆에 앉은 카이, 형 노릇을 제대로 합니다. "테이트야 울지마 저거 무서운거 아니야."

• 카이와 테이트 모두 한복을 입고 세배를 하긴 했는데, '마주보고 땅바닥에 엎드리기' 방식의 유니크한 스타일의 세배를 했습니다. 사진을 보면 마치 두 놈이 맞절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세배를 받는 관객(?)은 한쪽 옆에 앉아 있었고, 세배를 하라니까 카이가 갑자기 바닥에 바짝 엎드리고 그걸 본 테이트는 형을 똑같이 따라 하더군요. 두어 차례 다시 시도해보다가 '한걸로 치자'는 여론에 따라 결국 세뱃돈을 받았습니다.

• 카이는 이제 말을 너무나 잘 합니다. 언제 어디서 저런 표현을 배웠나 놀라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대부분 엄마아빠가 평소에 하는 말투입니다. 카이가 동생한테 이것저것 가르쳐 주는 모습을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테이트야, 기침을 할 때는 이렇게 손으로 가리고 하는거야. 이렇게! 자 봐봐. 이렇게!" 가끔 테이트에게 머리를 잡아채이거나 밟힌 엄마가 아파서 우는 척을 하면 카이가 얘기합니다. "엄마, 울지마, 뚝, 착하지?" (테이트는 엄마가 앉아있으면 그 옆 소파를 발판삼아 엄마 머리 위에 올라탄 다음에 미끄럼타듯 무릎위로 뛰어내리곤 합니다.)

• 예전에 "아니"라는 말부터 먼저 배웠던 형과는 달리 테이트는 "네"를 먼저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도 말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테이트 이거 먹을까?" "이거 탈래?" 등등 갖가지 질문에 "네", "아니" 또박또박 자기 의사를 밝힙니다.

• 집 앞에 있는 security gate를 열 때마다 카이가 늘 "Open Sesame!"라고 했는데, 이제는 테이트도 어설프게 따라 합니다. 그러면 카이가 동생에게 말합니다. "테이트야, 오-쁘-씨-가 아니구, 오픈쎄써미야. 알았지? 따라해봐."

•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카이는 여전히 틈만 나면 테이트를 공격합니다. 이제 테이트는 형이 쫓아오면 뛰어서 도망가는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식탁 주변을 뱅글뱅글 돌면서 잡으려고+잡히지 않으려고 뛰어다니곤 하는데, 장난을 위해서 뛰는 카이가 생존을 위해서 뛰는 테이트를 잡는다는게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테이트는 힘들게 도망다니다가 결국엔 형한테 잡히는데, 그러면 카이는 동생을 안아주는 척 하다가 결국 넘어뜨리고 올라탑니다. 테이트는 깔려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그게 재미있는지 늘 깔깔거립니다.

• 오늘은 Presidents Day라서 아빠 회사도 휴일이고, 카이 프리스쿨도 쉬는 날입니다. 조지 워싱턴 생일에 맞춰서 정한 기념일이라고 하는데, 카이에게 '오늘이 조지 워싱턴 생일'이라고 가르쳐 주었더니 갑자기 노래를 부릅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조지 워싱턴 옛날옛날 대통령. 생일축하합니다." 그리곤 엄마한테 "엄마 이제 케익 먹어?" (집 근처에 조지워싱턴 다리가 있어서 그게 누군지 카이가 잘 압니다.)

• 차를 타고 가며 창밖을 보던 테이트가 갑자기 "high-five"라고 외칩니다. 뭘 보고 그러나 싶어서 돌아보니, 건널목 신호등의 멈춤 표시가 보이더군요.

• 성질이 급한 테이트는 맛있는게 있으면 두 손으로 마구 집어서 입안에 넣습니다. 그리고는 씹지도 않고 막 삼키려고 하다가 켁켁거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뭐든지 아주 작게 잘라서 아주 조금씩 여러 번으로 나누어 줘야 합니다. 요즘엔 계란부친걸 아주 잘 먹는데, 맘마먹자고 high chair에 올라가자고 하면 싫다고 도망을 가다가도 '계란'을 먹자고 하면 당장 의자에 기어 올라갑니다.

• 겨울 올림픽을 앞두고 카이와 테이트에게 YouTube에서 김연아 동영상을 찾아 보여주었습니다. 신기한 듯 열심히 봅니다. 그걸 보고 난 카이, 새 기저귀를 채워주었더니 갑자기 바지입기를 거부합니다. 그래서 왜 바지를 안 입냐고 물어보았더니 자기도 스케이트를 타겠답니다. 김연아누나도 기저귀만 입고 스케이트를 탔다면서. (그나저나 카이 기저귀를 빨리 떼야 하는데...)

• 올림픽 개막식을 보는데, 각국 선수단 입장순서가 되니까 카이는 자기가 아는 태극기와 '별깃발'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한국선수단이 태극기를 들고 나오자 "태극기다!"라고 소리치고는 "별깃발은?"이라고 물었던 카이는 한참을 더 기다려 별깃발이 나오자 막 손뼉을 쳤습니다. 카이와 테이트가 미국대표선수가 되어 출전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아무리 오랫동안 미국 땅에서 산다고 해도 올림픽에서 미국팀을 응원하게 될 것 같지는 않은 아빠는 그런 카이를 보면서 마음이 좀 섭섭해졌습니다. 나중에 카이와 테이트가 더 커서, 오노같은 미국놈을 보고 박수를 치는 일이 생긴다면 진짜 속상할 것 같습니다.

• 어젯밤에는 미국선수가 freestyle ski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서, 성조기가 올라가며 미국국가가 나오는 장면이 방송에 나왔습니다. 그걸 보던 카이가 "저게 무슨 노래야?" 묻길래 '별깃발 노래'라고 가르쳐 주었더니 카이 왈, "이상하다, 별깃발 노래는 '별깃발이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이건데?" (엄마가 맨날 태극기 노래를 부른 후에 2절로 별깃발 노래를 불러주었거든요.)

• 카이는 올림픽 심볼을 보고 '포도'같이 생겼답니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듣고보니 말이 됩니다.

Wednesday, December 23, 2009

Kai and Tate meet Santa Claus


• VIDEO: Kai & Tate meet Santa Claus
  (8:39, English-subtitled)
3-year-old Kai and 18-month-old Tate have enjoyed the Holiday season in the New York city (and some other places.) Tate, Kai, Boyeon and June wish you have happy holidays and a bright new year.

Saturday, November 07, 2009

Kai and Tate visit Lancaster


• VIDEO: Kai & Tate visit Lancaster
  (11:48, English-subtitled)
원래 10월 중순으로 계획했던 여행이었는데, 그 즈음 아이들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준형의 회사일도 무척 바빴던 터라, 원래 일정보다 2주 미루어 2박3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목적지는 Pennsylvania의 Lancaster 카운티. 여기는 옛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Amish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유명한데, 준형과 보연이 신혼 초에 여행을 갔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여행 이틀 전까지는 날씨가 괜찮을거라고 하던 일기예보가 배신을 때리면서 궂은 날씨로 변해서 결국 일정을 살짝 바꾸기도 했는데, 다행히 비는 용케 피해 다녔습니다.

카이와 테이트는 Amish 할아버지가 모는 buggy도 타 보고, 옛날 방식으로 달리는 증기기관차도 타 보았습니다. 옥수수밭을 깎아 만든 거대한 미로가 있는 농장에도 갔었는데, 여기서 카이와 테이트는 동물들을 만져보고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몇몇 놀거리들을 즐겼습니다. 마침 이 날이 Halloween이었는데, 사자 옷을 입고 간 테이트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엽다는 말을 들었고, 농장 관계자가 찾아와서 사진을 찍어두고 싶다고 부탁을 해서 모델 노릇을 하기도 했습니다. 카이는 원래 공룡 옷을 입기로 했었는데 그 날 아침 갑자기 무섭다고 거부해서, 사자와 공룡이 농장에서 함께 뛰노는 장면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보연이 퍽 아쉬워하는 부분입니다. 돌아와서 카이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까 '다음에는 입겠다'고 말하는데, 다음에는 그 공룡 옷은 테이트에게나 맞을 거라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근처에 쵸콜렛으로 유명한 Hershey Town에도 갔었는데, Kisses 모양의 가로등이 있는 이 마을에서는 카이가 차에서 잠이 들어서 Hershey Chocolate World에는 테이트만 들어가서 놀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지난 번에 갔었던 Please Touch Museum에 다시 들렀는데, 여기서는 테이트가 차에서 잠이 들어서 한동안 카이 혼자서 놀았습니다. 하긴 뭐 둘이 같이 들어간다고 해도 사이좋게 함께 노는 수준은 아직 못 되고, 각자 놀다가 가끔씩 카이는 공격하고 테이트는 엄마아빠의 지원을 받으며 방어하다가 결국엔 한 대 맞고 우는 식이 되곤 합니다.

카이가 오래 전부터 즐겨 봐온 Baby Einstein 시리즈 중에서 Baby Beethoven이 있는데, 그걸 열심히 보던 카이가 얼마 전부터 갑자기 베토벤 심포니들에 관심을 보이더니 급기야 심포니 번호에 따라 멜로디를 따라부르는 경지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이번 여행 내내 카이는 계속 "Baby Beethoven Symphony Number Five"를 틀어달라고 졸라서, 차에서 한 대여섯 번 쯤은 들은 것 같습니다. 사실 여행 분위기에 맞게 6번 전원교향곡을 구워가려고 했다가 공씨디가 없어서 다른 클래식 CD를 여러 장 챙겨 갔는데, 카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Baby Beethoven Symphony Number Five"만 고집했습니다. 며칠 전에 연주실황을 한번 들은 적이 있는 테이트는 전체 곡이 끝나고 박수소리가 들리니까 자기도 같이 손뼉을 따라 쳤었는데, 그 후로는 심포니를 들을 때,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실수'를 연발합니다.

Monday, October 26, 2009

Museum Days


• VIDEO: Kai & Tate Museum Days
  (11:23, English-subtitled)
엄마가 된 이후로 보연은 육아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습니다.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다며 저보고도 좀 읽으라고 권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되더군요. 암튼 보연이 요즘 읽는 책에 따르면 카이 또래의 아이들은 대개 대여섯 단어 정도로 이루어진 문장을 말할 수 있는게 보통이라는데, 카이는 때로는 열 개가 넘는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도 곧잘 말합니다. 그 뿐 아니라 의문사, 부사, 접속사 등도 넣어서 말을 하는데, 이 역시 또래 평균보다 빠른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어렵고 긴 문장을 말할 때의 카이를 보면, 낱말을 하나씩 하나씩 띠엄띠엄 연결해가며, 머릿속으로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을 다시 확인하려는 듯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그 표정이 예술입니다.

얼마 전에는 저녁을 먹다 말고 갑자기 중얼중얼 이런 말을 하더군요.
"경청이란 상대방이나 내가 하는 일에 눈과 귀와 마음을 모아 집중하여 그 소중함을 보여주는 것"

알고 보니 카이가 다니는 프리스쿨에서 배운 말이었는데, 물론 그 뜻을 이해해서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그냥 외워서 나오는 말에 가깝겠지만, 암튼 갑자기 뜬금없이 이 말을 중얼중얼 읊는 카이를 보고 있자니, 거짓말 같기도 하고... 놀라움과 감동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군요. 더 놀라운 일도 있는데, 카이의 뛰어난 기억력은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요즘은 1,2년전에 있었던 일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일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인 것처럼만 보였었는데, 이제 말을 할 줄 알게 되고 나서 그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서 말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전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카이 친구들 중에서는 카이보다 훨씬 더 말을 잘 하는 아이도 있고, 카이가 또래보다 뒤늦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아직도 기저귀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카이에게는 분명히 어딘가 좀 특별하고 신비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의 이런 천재스러움이 빛을 발하는 걸 지켜보는 일은 흐뭇하고 흥미롭습니다.

테이트는 사실 거의 모든 면에서 같은 시기의 형보다 더 빠른 발달을 보입니다. 하나하나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사실 이 놈이 더 천재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라서인지, 아니면 형보다 특이한 행태를 보이는 부분들이 적어서인지 테이트의 그런 면들은 대부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요즘은 이런저런 말들을 참 잘 따라 하는데, 엄마, 아빠, 물, 내려(high chair나 car seat에서 내려오겠다는 말), 됐다(뭐가 됐다는건지 암튼 뭘 끝냈거나 자기 마음에 들게 하고 나면 이렇게 말합니다), 차, 셰(새), 기추(기차와 choo choo를 제멋대로 합성한 말)... 자기 이름 "테이트"도 잘 발음하고, 형 이름도 비슷하게 따라하고, 오늘 농장에 가서는 "돼지"와 "닭"을 제대로 된 발음으로 따라 말하더군요. 암튼 새로운 단어를 몇 번 말해주면 금방 다 잘 따라 합니다.

테이트는 여태껏 단 것을 거의 먹어보지 않았는데, 며칠 전부터 엄마가 고구마를 구워서 잘라주니까 너무나도 맛있다는 듯 까르르 웃어가면서 먹습니다. 여전히 틈만 나면 형한테 맞고 사는데, 이젠 맞는 것도 익숙해져서 형이 때리려고 다가오면 몸을 바짝 엎드려서 방어를 하기도 하고, 웬만해선 잘 울지도 않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가까이 있을 때 형에게 당하면 평소보다도 더 아픈 척 과장하면서 우는 꾀를 부리기도 합니다. 테이트는 모든 것들에 겁없이 적극적으로 달려 드는 모습이 엄마아빠를 즐겁게 하는데, 암튼 지금까지 17개월을 같이 살아보니, 워낙 별난 모습이 많은 카이보다는 함께 살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가끔 카이는 한번도 하지 않았던 위험한 짓을 시도하려는 것만 빼면.

최근 한두달 동안은 유난히 많은 museum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날씨가 화창한 일요일이어서 마침 kids festival이 열리는 한 농장에 갔었는데, 그 농장도 'farm museum'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어서 어쨌든 오늘도 또 뮤지엄에 간 셈입니다. 그동안 뮤지엄에서 찍어온 영상들에다, 지난 여름에 메트로폴리탄에서 찍은 것까지 더해서 한 편의 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마침 얼마전 한 어린이박물관 멤버쉽을 가입해놓은 터라 제휴를 맺은 대부분의 어린이박물관들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이 비디오에 나오는 여섯군데의 뮤지엄들 중에서 입장료를 제대로 내고 들어간 곳이 한 곳 밖에 없군요. :)

Saturday, October 17, 2009

Kai turns 3


• VIDEO: Kai turns 3
  (4:28, English-subtitled)
이제 카이가 세 살이 됩니다. 생일을 이틀 앞둔 오늘, 엄마아빠로부터 이젤을 생일선물로 받은 카이는 신나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얼마 전부터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는 걸 즐기기 시작한 카이는,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집안의 기둥 하나를 크레용 무늬로 가득 채워놓기도 했는데, 이제는 이젤이 생겼으니 이젤에만 그리라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대답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다지 미덥지는 않습니다.

비디오에 나오는 생일파티는 휴일이었던 지난 Columbus Day에 미리 앞당겨서 한 것입니다. 여러 꼬마손님들이 놀기엔 집이 비좁아서 저희가 사는 콘도(한국의 '아파트'를 미국에선 이렇게 부릅니다.) 단지 내의 community room을 빌렸는데, 덕분에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었습니다. 초대받은 손님들은 예전에 근처 한인교회의 '엄마랑나랑' 프로그램을 카이와 함께 다니던 친구들. 준형과 보연은 아침부터 테이블과 의자 세팅을 하고, 미리 준비해놓은 생일파티 장식을 벽에 붙이고, 풍선을 불어서 띄우고, 안내표지를 설치하고, 주문한 케익과 음식을 찾아오고, 집에서 국과 밥과 커피메이커를 날라오고, 아이들 놀거리를 마련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끝에, 성공적으로 잔치를 마쳤습니다. 무엇보다 제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 살 생일 때에는 촛불을 부는 시늉만 했던 카이가 이번에는 촛불 세 개를 후- 불어서 금방 다 껐다는 것. 1년 동안 참 많이 컸습니다.

Tuesday, September 22, 2009

Kai & Tate in Central Park


• VIDEO: Kai & Tate in Central Park
  (4:20, English-subtitled)
카이는 자기가 입은 옷에 그려진 그림이나 글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카이야 너 secret agent가 뭔지 알아? 엄마가 agent거든. secret agent는 그거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야." 그랬더니 카이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시크리..에이.." 따라 합니다.

여기서 엄마가 agent라는 말은 사실입니다. 몇 달 전에 보연이 뉴저지 real estate agent 자격증을 땄거든요. 한국으로 치면 공인중개사쯤 되는건데, 그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학구열을 불태웠던 보연은 무슨 예비시험인가에서 1등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는.

암튼 비밀요원 카이와 그냥 요원인 엄마, 그리고 1,2년 후에 형 옷을 물려입을 때쯤이면 형처럼 비밀요원이 될 테이트와 아무 요원도 아닌 아빠는 함께 센트럴파크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센트럴파크에 여러 번 가보았지만, 워낙 넓어서 공원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을 다 가보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Belvedere Castle이라는 글자 그대로 전망이 좋은 성에도 올라가 보았습니다. 유럽식 좁은 회전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 어두컴컴한 계단을 보자마자 카이는 무섭다고 안들어가겠다고 하다가 엄마와 테이트가 위에 올라가서 자기를 내려다보는 걸 본 순간 갑자기 마음을 바꾸고 외치더군요. "카이 올라가." 반면 테이트는 성 위에 올라가서도 또 담을 타고 오르려고 하는 용감무쌍함을 보였지요.

카이와 테이트가 함께 공원에서 잠이 들어준 덕분에, 준형과 보연은 길거리에서 파는 hot dog도 사먹고 오랜만에 뉴요커가 된 기분을 즐겼습니다. 잠에서 깬 후에 중앙공원 바로 앞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에도 갔었는데, 여기가 처음인 테이트는 정말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공룡뼈와 고래, 운석도 보고, 헬리혜성에서 재는 몸무게가 나오는 저울 위에 올라가서 신나게 춤도 추었습니다. 음악에 따라 리듬을 타며 춤을 추곤 하던 예전의 카이와는 달리, 요즘 테이트는 그야말로 막춤을 추는데, 너무 막 추다가 자기가 발구르는 기운을 못 이기고 넘어지기도 합니다. 카이는 지난 주에 동물원에 갔을 때 나무에 가려서 보지 못했던 호랑이를 여기서 보았습니다. 박제된 거라서 그런지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자세히 관찰한 후, 오렌지색에 블랙 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