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와 함께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New York Philharmonic의 연중 프로그램 중에 Very Young People's Concert라는, 글자 그대로 '아주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서트가 있는데, 무척 인기가 있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티켓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작년 가을에 확인해보니까 주말 공연은 이미 남은 좌석이 없어서, 월요일 공연으로 예매를 하고, 회사에 미리 휴가를 신청해두었더랬습니다. 카이에게는 난생 처음으로 객석에 앉아서 보는 공연이라서 여러가지 가능성(중간에 나와야 하는 상황까지 포함한)을 각오하고 콘서트에 갔습니다. 현악4중주+더블베이스+바순의 소규모 편성에,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이들 눈높이로 (안타깝게도 카이가 아직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로) 설명해주는 사람이 등장하는 이색 콘서트였는데, 다행히 카이는 끝까지 성공적으로 콘서트를 즐겼습니다. 귀로만 듣던 음악이 눈 앞에 시각적으로 펼쳐지는걸 신기해하는 눈치더군요.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콘서트홀 로비에서 각 악기 연주자들이 아이들에게 악기를 만지고 직접 연주(?)해볼 수 있게 해주는 이벤트였습니다. 아이들 키높이에 맞게 무릎을 끓은 채로 해주는 뉴욕필 단원들의 개인레슨(?)을 받으며 아이들은 신나서 활도 켜보고, 엄마들은 그걸 카메라에 담느라 난리입니다. 카이도 더블베이스 앞에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막상 자기 차례가 오니까 하지 않겠다고 징징대며 도망가려 합니다. 결국 겨우 더블베이스 몸통을 한번 touch하고 마는 걸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뭐,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카이는 원래 새로운 걸 보면 신기해 하며 관심을 보이면서도 막상 해보라고 하면 일단 하기 싫다고 하거든요. 대개 옆에서 한참을 호기심어린 눈길로 지켜보다가, 주변이 좀 조용해지고, 자기가 직접 만져보아도 될 만큼 만만한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그제서야 스스로 하겠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카이는 몇가지 흥미로운 행동양식을 보이는데, '엄마랑 나랑' 선생님이 노래를 가르쳐주면 정작 그 앞에선 입도 벙긋하지 않다가 집에 와서 갑자기 그 노래를 부른다든지, 댄스 프로그램 선생님의 춤동작을 거의 따라하지 않다가 나중에 엄마가 찍어온 비디오를 집에서 보여주면 그때는 신나서 춤을 따라 춘다든지, 다른 아이들이 서로 가지고 놀겠다고 달려드는 장난감이 있으면 자기는 무심한 듯 다른 걸 가지고 혼자 놀다가 다른 아이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면 그제서야 그 장난감에 관심을 보인다든지... 이걸 겁이 많다고 해야 할지, shy하다고 해야 할지, 조심성이 많은 건지, 체면치레를 하는 거라 이해해야 할지, '어설프게 하느니 아예 안 하고 말겠다'는 완벽주의자의 특성으로 해석해야 할지... 아빠가 보기에는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 New York Aquarium에 갔을 때도 카이의 기묘한 행동은 계속되었습니다. 테이트는 물고기와 말미잘과 상어와 거북이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카이는 어두운 건물 내부에만 들어가려고 하면 울고불고 난리여서, 결국 거의 구경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날 카이가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은 상어가 있는 건물 밖 길바닥에 있던 하수구 뚜껑의 구멍 사이로 보이는 흐르는 물—aquarium에서 aqua를 실컷 보고 오긴 했습니다. 카이가 보이는 이런 특이한 행태는 amazing한 기억력, 학습능력과 함께 '이 아이가 정말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곤 합니다만, '세상을 살아내기'의 관점에서는 좀 걱정스러워지는 구석도 있습니다.
반면, 테이트는 형하곤 참 다릅니다. 뭐든지 일단 저지르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몸 움직임이 참 빠른 편인데, 아직 돌도 안된 놈이 벌써 걸음마를 합니다. 아직은 서툴긴 하지만, 아무 것도 붙잡지 않고 어떨 땐 대여섯 걸음씩 움직입니다. 물론 꽈당꽈당 넘어집니다만, 그때마다 악착같이 다시 일어서서 또 발을 내딛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막아놓은 safety gate에 온몸으로 매달려서 그걸 열어보겠다고 뒤흔들고, 높이가 자기 키의 2배쯤 되는 의자를 붙잡고 서서는 그 위에 올라가겠다고 발을 쳐 듭니다. 카이 이맘때 집 안의 온갖 모서리와 뾰족한 곳에 설치해놓은 corner cushion이 조심성 많은 카이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었는데, 아마도 테이트는 그 덕을 보게 될 일이 적잖이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테이트한테 보행기를 꺼내주었더니, 신나서 붙잡고 돌아다니다가 카이 형아한테 빼앗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카이가 보행기를 끌고 테이트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는데, 카이가 가는 곳마다 테이트가 기어가며 악착같이 쫓아가니까 결국 카이가 보행기를 포기하고 말더군요. 자기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친구가 빼앗으려 하면 아무 말 없이 그냥 내어주고는, "엄마" 하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 카이와는 참 다릅니다.
이 글을 쓰다가, Boyeon에게 "그럼 두 놈이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건 뭐가 있지?"라고 물으니, 세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온갖 장난감과 물건들을 소파 아래에 넣어 감추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바닥에 바싹 엎드려서 문 아래 틈 사이 공간을 들여다보면서 문 아래로 손을 넣는 것. (목욕탕 안에서 보면 갑자기 문 아래로 손가락이 불쑥 들어옵니다.) 그리고 유모차나 high chair의 안전벨트만 보면 그 클립을 채우는 것. 카이도 맨날 그러더니, 테이트도 좀 크니까 요즘 똑같은 행동들을 하더군요. 한가지 더 있는데, 둘 다 아빠를 엄청 좋아한다는 거. 퇴근해서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두 아이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펄쩍펄쩍 뛰고, 손뼉을 치고, 달려와서 안기려고 난리입니다.
테이트는 요즘 할 줄 아는 재주들이 참 많이 늘었습니다. 곤지곤지, 잼잼, 짝짜꿍... 이런 건 물론이고, 아빠가 출근하려고 "빠이빠이" 그러면 자기도 손을 흔들고, 엄마아빠한테 잘 했다고 칭찬을 받고 나면 그걸 다시 하고는 스스로 박수를 칩니다. 엄마가 "코 어딨어?" "입 어딨어?" 그러면 자기 코와 입을 가리킬 줄도 알고, 이젠 "엄마" "아빠"를 부르는 말도 제법 그럴듯하게 합니다. 요즘 테이트가 곧잘 하는 행동 중에서 보지 않으면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것도 있는데, 어차피 글로 써봐야 믿을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나중에 영상으로 올릴 작정입니다. 사실 눈 앞에서 직접 보고도 믿기 어렵습니다.
암튼 그래서 오늘의 결론: 우리 두 아들은 모두 천재인가 봅니다. :)
*블로그에 글이 뜸했던 지난 몇 달 동안에도 카이와 테이트의 일상을 담은 사진은 꾸준히 업데이트되어 왔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점점 사진보다는 카이가 선호하는 동영상을 찍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찍는 사진의 양이 조금 줄어드는거 같습니다.
2009년 4월 사진2009년 3월 사진2009년 2월 사진2009년 1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