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13, 2010

Kai and Tate are Red Devils


• VIDEO: Kai & Tate are Red Devils
  (2:42, English-subtitled)
2010년 월드컵 그리스전이 열린 날, 카이와 테이트는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미 동부시간으로 아침 7시30분에 시작하는 경기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아침도 먹지 않고 서둘러서 빨간 티셔츠를 챙겨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카이는 전날 엄마가 한아름마트에 가서 50불 이상 장을 봐서 공짜로 받아온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겠다고 해서 어른 미디엄 사이즈 티셔츠를 도포처럼 걸쳤습니다.

뉴저지에서 단체응원이 열리는 곳은 집에서 5분거리. 서둘러야 한다는 준형의 말에 "설마 이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올까?"하며, 던킨도너츠에 들려서 베이글까지 사는 여유를 부리는 보연. 그러나 도착해보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공간은 가득 차 있었고, 빈 의자도 없어서 테이트는 유모차에 앉은 채로, 카이와 엄마, 아빠는 바닥에 앉았습니다.

이미 경기는 막 시작한 상황.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외치는 응원구호에 어리둥절한 카이와 테이트는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눈이 휘둥그레... 사실 며칠 전부터 아빠는 카이와 테이트를 컴퓨터 앞에 앉혀놓고 YouTube 동영상들을 보여주면서 월드컵 응원 연습을 시켰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문제는 첫 골이 너무 일찍 터져버렸다는 것. 전반 6분, 갑자기 온 사람들이 다 일어나서 펄쩍펄쩍 뛰면서 소리를 질러대고, 엄청난 소리가 나는 풍선막대로 박수를 쳐대는 광기어린 상황에 닥친 카이는 무서워서 와락 울음을 터뜨렸고, 테이트는 유모차에 앉아 겁먹은 채로 읊조립니다. "무서워... 집에 갈래..."

그래서 채 10분도 앉아있지 못하고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TV로 편하게 남은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카이는 단체응원하는 곳에 다시 안 가겠다고 하는데, 테이트는 그래도 다음에 또 가겠답니다.

Monday, May 31, 2010

Kai and Tate in Riviera Maya


• VIDEO: Kai & Tate in Riviera Maya
  (14:02, English-subtitled)
카이와 테이트는 아직 영어를 할 줄 모릅니다. 집에서도 우리말만 쓰고, TV를 트는 일도 거의 없고... 영어를 접할 기회라고는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가는, 동네 도서관이나 커뮤니티센터의 아이들을 위한 클래스와 Dora the Explorer나 Little Einstein 같은 아이들 프로그램을 컴퓨터로 보는 일 뿐입니다. 물론 카이는 숫자나 색깔 같은 단어들은 영어로 먼저 배웠고, Thank You 같은 기본적인 말은 할 줄 압니다만 손가락으로 꼽는 수준입니다.

물론 그래도 미국땅에 살다보니 뜻밖의 기회는 언제 어디서나 찾아옵니다. 길을 지나가던 할머니가, 음식점 옆자리에 앉은 아줌마가, 공원에서 만난 아저씨가 카이와 테이트에게 불쑥불쑥 영어로 말을 걸어옵니다. 카이는 이제 그렇게 자기가 알아듣지 못하는 다른 언어가 있다는 것과 그걸 사람들이 영어, 또는 English라고 부른다는 걸 아는데,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힐 때마다 그 상황을 답답해 하는 것도 같고, 좀 무안해 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카이는 그렇게 누군가가 자기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오면, 알아듣지 못하는 티를 내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합니다. 카이와 테이트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하는 영어는 사실 뻔합니다. 50% 이상은 "How old are you?"이지요. 이걸 간파한 카이, 누군가가 자기한테 영어로 말을 걸어오면 손가락 세 개를 펴서 보여줍니다. "Three."라고 답을 하기도 하구요. 그리곤 테이트가 한 살이라는 것까지도 친절히 덧붙여 설명합니다. 하지만 카이의 그런 '잔머리+눈치빨' 커뮤니케이션은 '동문서답'의 리스크를 언제나 안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한 달 전에 멕시코 깐꾼, 좀 더 정확히는 '리비에라 마야' 지역에 여행을 갔을 때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지요. (자세한 스토리는 위의 비디오 뒷부분에 나옵니다.)

멕시코에 가게 된 건 사실 조금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오신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뒤로 준형과 보연은 바람이 들어서 또 어디론가 튈 기회가 없을까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 블로그에 올려놓은 많은 여행비디오들 덕택에, 멕시코 리비에라 마야 지역의 호텔 두 군데를 반은 놀기 위한 여행객의 입장에서, 반은 여행 비디오를 촬영하는 videographer의 임무를 띠고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나름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주로 도시와 문화유적 등 바쁘게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돌아다니는 일정에만 익숙한 터라, 이런 바닷가 휴양지 리조트는 별로 경험이 없고, 더구나 모든 밥값이 다 포함되는 all-inclusive 호텔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일부러 다른 유적지 같은건 다 배제하고 철저히 호텔과 리조트 안에서만 지내며 즐기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두군데 호텔이 자연스레 비교가 되면서 다음번을 위한 노하우도 좀 생겼구요.

암튼 결론적으로 퍽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운좋게도 첫번째 호텔에서는 마침 1년중 가장 한가한 시즌이었던 터라 넓은 수영장을 우리가 전세내다시피 독차지하고 즐길 수 있었고, 두번째 호텔에서는 비디오 촬영 목적의 방문이라는걸 배려해서였는지 turquoise 빛 카리브해가 눈 아래 펼쳐지는, 전망이 끝내주는 방에서 묵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수영장 물에 들어가는걸 겁내던 카이가 그 두려움을 완전히 벗어버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테이트도 이젠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잠자는 일에 예전처럼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고, 평생 처음으로 맛보는 다양한 음식들도 먹어가며 여행을 즐길 수 있을 만큼 큰 것 같습니다.

혹시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해서 저희가 묵었던 두군데 호텔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첨언하자면, 휴양지 리조트에서 지낸 경험이 많지 않아서 비슷한 다른 호텔들과의 객관적인 비교가 불가능한, 철저히 주관적인 리뷰라는 점을 고려해 주시길.


Azul Sensatori Hotel, by Karisma
http://www.karismahotels.com/resort/azul-sensatori-hotel-karisma

다닥다닥 호텔들이 붙어있는 깐꾼 지역의 리조트들보다, 그 남쪽 해안가에 퍼져있는 리비에라 마야 지역의 리조트들이 대개 좀 더 공간이 여유롭다고들 하더군요. 이 호텔은 그 리비에라 마야 지역 중 깐꾼공항에 가장 가까운 초입쯤에 위치한 아담한 사이즈의 리조트입니다. 리조트 안에서 코끼리열차 같은걸 타고 이동해야 할 만큼 큰 몇몇 다른 리조트와 비교하면 이 호텔은 먹거리의 선택의 폭도 좁고, 놀거리가 다채롭지도 않지만, 어린 아이들과 함께인 상황에서는 그런 '적당히 자그마한 사이즈'가 오히려 좋았습니다. (단, 사람들이 붐비는 시즌에는 느낌이 좀 달라질 수도...)

그리고 무엇보다 큰 이 호텔의 경쟁력은 무척 kids-friendly하다는 점입니다. 꽤 넓은 실내의 여러 개의 방마다 다양한 놀거리로 가득한 Kids club은 시설도 훌륭하고, staff도 친절하고... 2-6세 정도의 아이들에게 딱 알맞은 공간. 이런 시설을 가진 프리스쿨이 있으면 아이들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 그리고 Fisher-Price와 무슨 계약을 맺었는지, 모든 레스토랑마다 그 브랜드의 하이체어와 장난감이 비치되어 있고, 아이들이 먹을만한 메뉴가 포함된 작은 샐러드바가 있더군요. 무릎까지만 오는 아주 얕은 kids pool과 분수가 쏟아져나오는 splash park도 플러스.

이 호텔의 최대약점은 beach가 별로라는 점. 모래도 별로 안좋고, beach 자체의 크기도 작고... 수영장보다 바다에서 즐기는걸 선호하시는 분들은 실망할 만한 해변. 아, 그리고 저희의 경우에는 호텔 방 바닥에 자꾸만 습기가 차서 고생을 좀 했는데, 냉방시스템의 습기조절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듯.


Hotel Marina El Cid Spa and Beach Resort
http://www.elcid.com/marina_beach_resort/

Trip Advisor의 리뷰나 호텔평점을 읽어보곤 첫번째 호텔보다 여러가지로 더 나으리라 기대했지만, 실제 가보니 실망스러운 점들이 많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서비스 관리에 문제가 많았고, 음식도 기대 이하.

또 하나의 문제점은 리조트 전체가 금연이었던 첫번째 호텔과는 달리, 수영장 주변과, 심지어 풀에 몸을 담근 채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많아서 아이들과 함께 놀기에는 분위기가 좀 별로였습니다. 다음에 이런 리조트에 갈 때에는 리조트 전체가 금연인지 아닌지를 먼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아름다운 바닷가가 이 리조트의 최대 강점. 모래도 곱고, 비치도 넓고, 그래서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도 많더군요. 무동력 바다스포츠도 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보연은 아직 무리라고 반대했지만, 테이트가 엄마와 함께 낮잠을 자는 틈을 타서, 겁많은 카이를 살살 꼬드겨서 함께 kayak을 탔습니다. 처음 타보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섭더군요. :) 더구나 멀리 못가서 파도에 카약이 뒤집히는 바람에 카이는 난생 처음으로 바닷물을 먹어보았고, 바다 한복판에서 엉엉 울어대다가 더 이상 카약을 타는 걸 포기한 아빠한테 안겨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시는 카약이라는걸 안 타겠답니다. "바닷물이 무슨 맛이었어?"라고 물어보니 "맛이 없어."라고 대답하더군요.

암튼 여기서도 나름 잘 즐기기는 했지만, 다시 가고 싶지는 않은 호텔.

Thursday, March 11, 2010

Kai and Tate enjoy Mystic


• VIDEO: Kai & Tate enjoy Mystic
  (7:25, English-subtitled)
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라는 것에 대해,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일단 여러 식구들과 함께 지내는 걸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데다, 확실히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잠깐씩이나마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건 엄청난 어드밴티지이기 때문에, 가족들 중의 누군가가 놀러온다고 하면 다소간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기쁜 마음이 됩니다.

요즘 카이와 테이트는 한국에서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래 머무시는 일정이라서 몇 차례의 여행일정도 잡혀있는데 지난 주말에는 2박3일 일정으로 Connecticut주의 Mystic에 다녀왔습니다. 카이와 테이트는 작은 항구도시와 그 주변에 있는 여러 볼거리들을 즐겼는데, 같은 동네로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짤막한 소개를 해 봅니다.

Mystic Seaport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꽤 넓은 면적을 가진 항구안에 범선을 비롯한 여러 척의 배, 항구와 관련된 전시, 등대, 아이들을 위한 놀거리 등 수십가지의 여러 볼거리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5월부터는 배를 직접 타 볼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생각보다 볼 것이 많은 곳이었고,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티켓이 꽤 비싼데 AAA 멤버쉽이 있으면 4명까지 3불씩 할인. www.mysticseaport.org

Mystic Aquarium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코니아일랜드에 있는 뉴욕아쿠아리움이나, 남부뉴저지에 있는 어드벤쳐 아쿠아리움보다 더 깨끗하고 잘 관리된 아쿠아리움이라는 인상.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아이들이 즐기기에는 위의 두 군데보다 더 좋은 듯. 특히 저 위의 사진에 보이는 Beluga Whale이란 놈은 정말정말 귀엽고, 비디오에 보이듯 춤추는 문어나, 아이들 손 움직임에 따라 도는 물개도 인상적입니다. 어린이박물관들처럼 아이들도 티켓을 사야합니다. www.mysticaquarium.org

Jonathan Edwards Winery
Mystic에서 약 15마일 거리에 위치한 이 와이너리는 제가 읽은 어느 와인관련 칼럼에 따르면 뉴잉글랜드 지역의 와이너리 중에서 예쁘기로 손꼽히는 곳이라는군요. (부근의 다른 와이너리를 가 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어렵지만, 제 느낌으론 그 글에서처럼 예쁘지는 않았습니다. 크기도 작은 편이고.) 매일 오후 3시에 무료 와인투어를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따라다니기에는 불편한 점들이 많았고, 와이너리를 구경하러 왔다기보다는, 야외 테이블에서 술을 먹으러 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www.jedwardswinery.com

Mohegan Sun Casino
제가 가본 미국 동부의 수십여군데의 카지노들 중에서 가장 잘 디자인된 인테리어를 가진 카지노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스타일을 응용해서 벽과 천정, 많은 조형물들을 일관성있고 아름답게 꾸며놓았습니다. 담배연기만 자욱한 다른 카지노와 비교해서 한 차원 높은, 격이 있는 분위기. 시골마을의 한적함이 지루해질만한 무렵,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화려한 인테리어를 잠깐 즐기고, 저녁을 먹고 오기에 좋습니다. 아이들이 놀만한 전자오락실 같은 공간도 있고, 부페는 6세 이하 아이들은 공짜. Mystic에서 약 20분 거리. www.mohegansun.com

Stepping Stones Museum for Children
Mystic에서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 중간쯤에 위치한 1층짜리 어린이박물관. 크기는 비교적 작지만, 깨끗하고 알차게 잘 꾸며놓았습니다. 2-5세 가량의 아이들이 두어시간 즐기기에 딱 좋습니다. 뉴욕, 북부뉴저지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도 가능한 거리. ACM 멤버에겐 무료. www.steppingstonesmuseum.org

Stew Leonard's
위의 어린이박물관과 같은 도시 Norwalk에 있는 수퍼마켓. 수많은 종류의 유제품들과 친절한 서비스로 유명하다는데,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아이들을 위한 볼거리가 매장 중간중간에 많이 있다는 점. 누군가가 'grocery store의 Disney'라고 말했다는데, 가보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됩니다.
www.stewleonards.com

Monday, February 15, 2010

기저귀를 찬 김연아



이제 각각 40개월, 20개월씩을 산 두 놈들 옆에 함께 있다보면 엉뚱하고 놀라운 해프닝들을 많이 겪게 됩니다. 예전에 블로그에 적어놓은 걸 나중에 다시 읽다가 "아 맞다 그랬었지" 하게 되는걸 보면, 요즘 벌어지는 일들도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놓지 않으면 나중에 다 기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에서 떠오르는 대로 몇가지를 적어봅니다.

• 카이는 몇 달 전부터 집 앞에 있는 프리스쿨에 다닙니다. 예민한 구석이 많은 카이가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학교가 자기 마음에 들었는지 다행스럽게도 잘 다닙니다. 처음에는 오전반만 다니다가 낮잠을 자고 오후3시까지 학교에 있는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바꾸려고 하니까, 카이는 학교에서 낮잠을 자기 싫다고 하더군요. 좀처럼 그 고집을 꺾지 않아서 애를 먹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부터 이불을 선물로 받고 난 후부터는 마음을 바꾸어 학교에서 낮잠을 잡니다. 그 이불을 덮고서.

• 테이트도 예전에 형이 다니던 한인교회의 '엄마랑나랑' 프로그램과 Mr. Joe 음악프로그램에 다닙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일단 겁부터 내던 카이를 기억하는 선생님들은, 새로운걸 보면 신나게 달려들고, 순서가 먼저인 다른 친구들을 앞질러 뛰어가는 테이트를 보고 '어쩌면 형이랑 이렇게 다르냐'고 한마디씩 합니다. 엄마는 그런 테이트를 데리고 다니면서, 카이 때 쌓였던 한이 다 풀린다고 합니다.

• 지난 달에 한국에서 다니러 온 외삼촌은, 온 종일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테이트를 보고 "깡총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딱 어울리는 별명입니다.

• 연상의 젊은 여자에게 유난히 관심을 표하는 카이는 한국에서 온 외숙모와 Pittsburgh에서 놀러온 지선이 숙모를 참 많이 따랐는데, 자기랑 같은 레벨이라고 생각하는지 "숙모야."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테이트도 삼촌들이 좋은지 "땀춘"이라고 부르며 깡총깡총 뛰어다녔습니다.

• 어제는 설날. 세배를 하러 Brooklyn에 사는 종완이 고모네 집에 놀러가는 길에 Chinatown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길이 막혀서 서있는데, 춘절을 맞은 중국인들이 사자인지 호랑이인지 (호랑이 해니까 아마 호랑이겠지요) 빨간 탈을 쓰고 북소리를 내며 춤을 추면서 우리 차 옆으로 지나갔습니다. 그걸 본 테이트가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리자, 그 옆에 앉은 카이, 형 노릇을 제대로 합니다. "테이트야 울지마 저거 무서운거 아니야."

• 카이와 테이트 모두 한복을 입고 세배를 하긴 했는데, '마주보고 땅바닥에 엎드리기' 방식의 유니크한 스타일의 세배를 했습니다. 사진을 보면 마치 두 놈이 맞절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세배를 받는 관객(?)은 한쪽 옆에 앉아 있었고, 세배를 하라니까 카이가 갑자기 바닥에 바짝 엎드리고 그걸 본 테이트는 형을 똑같이 따라 하더군요. 두어 차례 다시 시도해보다가 '한걸로 치자'는 여론에 따라 결국 세뱃돈을 받았습니다.

• 카이는 이제 말을 너무나 잘 합니다. 언제 어디서 저런 표현을 배웠나 놀라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대부분 엄마아빠가 평소에 하는 말투입니다. 카이가 동생한테 이것저것 가르쳐 주는 모습을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테이트야, 기침을 할 때는 이렇게 손으로 가리고 하는거야. 이렇게! 자 봐봐. 이렇게!" 가끔 테이트에게 머리를 잡아채이거나 밟힌 엄마가 아파서 우는 척을 하면 카이가 얘기합니다. "엄마, 울지마, 뚝, 착하지?" (테이트는 엄마가 앉아있으면 그 옆 소파를 발판삼아 엄마 머리 위에 올라탄 다음에 미끄럼타듯 무릎위로 뛰어내리곤 합니다.)

• 예전에 "아니"라는 말부터 먼저 배웠던 형과는 달리 테이트는 "네"를 먼저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도 말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테이트 이거 먹을까?" "이거 탈래?" 등등 갖가지 질문에 "네", "아니" 또박또박 자기 의사를 밝힙니다.

• 집 앞에 있는 security gate를 열 때마다 카이가 늘 "Open Sesame!"라고 했는데, 이제는 테이트도 어설프게 따라 합니다. 그러면 카이가 동생에게 말합니다. "테이트야, 오-쁘-씨-가 아니구, 오픈쎄써미야. 알았지? 따라해봐."

•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카이는 여전히 틈만 나면 테이트를 공격합니다. 이제 테이트는 형이 쫓아오면 뛰어서 도망가는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식탁 주변을 뱅글뱅글 돌면서 잡으려고+잡히지 않으려고 뛰어다니곤 하는데, 장난을 위해서 뛰는 카이가 생존을 위해서 뛰는 테이트를 잡는다는게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테이트는 힘들게 도망다니다가 결국엔 형한테 잡히는데, 그러면 카이는 동생을 안아주는 척 하다가 결국 넘어뜨리고 올라탑니다. 테이트는 깔려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그게 재미있는지 늘 깔깔거립니다.

• 오늘은 Presidents Day라서 아빠 회사도 휴일이고, 카이 프리스쿨도 쉬는 날입니다. 조지 워싱턴 생일에 맞춰서 정한 기념일이라고 하는데, 카이에게 '오늘이 조지 워싱턴 생일'이라고 가르쳐 주었더니 갑자기 노래를 부릅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조지 워싱턴 옛날옛날 대통령. 생일축하합니다." 그리곤 엄마한테 "엄마 이제 케익 먹어?" (집 근처에 조지워싱턴 다리가 있어서 그게 누군지 카이가 잘 압니다.)

• 차를 타고 가며 창밖을 보던 테이트가 갑자기 "high-five"라고 외칩니다. 뭘 보고 그러나 싶어서 돌아보니, 건널목 신호등의 멈춤 표시가 보이더군요.

• 성질이 급한 테이트는 맛있는게 있으면 두 손으로 마구 집어서 입안에 넣습니다. 그리고는 씹지도 않고 막 삼키려고 하다가 켁켁거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뭐든지 아주 작게 잘라서 아주 조금씩 여러 번으로 나누어 줘야 합니다. 요즘엔 계란부친걸 아주 잘 먹는데, 맘마먹자고 high chair에 올라가자고 하면 싫다고 도망을 가다가도 '계란'을 먹자고 하면 당장 의자에 기어 올라갑니다.

• 겨울 올림픽을 앞두고 카이와 테이트에게 YouTube에서 김연아 동영상을 찾아 보여주었습니다. 신기한 듯 열심히 봅니다. 그걸 보고 난 카이, 새 기저귀를 채워주었더니 갑자기 바지입기를 거부합니다. 그래서 왜 바지를 안 입냐고 물어보았더니 자기도 스케이트를 타겠답니다. 김연아누나도 기저귀만 입고 스케이트를 탔다면서. (그나저나 카이 기저귀를 빨리 떼야 하는데...)

• 올림픽 개막식을 보는데, 각국 선수단 입장순서가 되니까 카이는 자기가 아는 태극기와 '별깃발'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한국선수단이 태극기를 들고 나오자 "태극기다!"라고 소리치고는 "별깃발은?"이라고 물었던 카이는 한참을 더 기다려 별깃발이 나오자 막 손뼉을 쳤습니다. 카이와 테이트가 미국대표선수가 되어 출전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아무리 오랫동안 미국 땅에서 산다고 해도 올림픽에서 미국팀을 응원하게 될 것 같지는 않은 아빠는 그런 카이를 보면서 마음이 좀 섭섭해졌습니다. 나중에 카이와 테이트가 더 커서, 오노같은 미국놈을 보고 박수를 치는 일이 생긴다면 진짜 속상할 것 같습니다.

• 어젯밤에는 미국선수가 freestyle ski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서, 성조기가 올라가며 미국국가가 나오는 장면이 방송에 나왔습니다. 그걸 보던 카이가 "저게 무슨 노래야?" 묻길래 '별깃발 노래'라고 가르쳐 주었더니 카이 왈, "이상하다, 별깃발 노래는 '별깃발이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이건데?" (엄마가 맨날 태극기 노래를 부른 후에 2절로 별깃발 노래를 불러주었거든요.)

• 카이는 올림픽 심볼을 보고 '포도'같이 생겼답니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듣고보니 말이 됩니다.

Wednesday, December 23, 2009

Kai and Tate meet Santa Claus


• VIDEO: Kai & Tate meet Santa Claus
  (8:39, English-subtitled)
3-year-old Kai and 18-month-old Tate have enjoyed the Holiday season in the New York city (and some other places.) Tate, Kai, Boyeon and June wish you have happy holidays and a bright new year.

Saturday, November 07, 2009

Kai and Tate visit Lancaster


• VIDEO: Kai & Tate visit Lancaster
  (11:48, English-subtitled)
원래 10월 중순으로 계획했던 여행이었는데, 그 즈음 아이들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준형의 회사일도 무척 바빴던 터라, 원래 일정보다 2주 미루어 2박3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목적지는 Pennsylvania의 Lancaster 카운티. 여기는 옛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Amish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유명한데, 준형과 보연이 신혼 초에 여행을 갔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여행 이틀 전까지는 날씨가 괜찮을거라고 하던 일기예보가 배신을 때리면서 궂은 날씨로 변해서 결국 일정을 살짝 바꾸기도 했는데, 다행히 비는 용케 피해 다녔습니다.

카이와 테이트는 Amish 할아버지가 모는 buggy도 타 보고, 옛날 방식으로 달리는 증기기관차도 타 보았습니다. 옥수수밭을 깎아 만든 거대한 미로가 있는 농장에도 갔었는데, 여기서 카이와 테이트는 동물들을 만져보고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몇몇 놀거리들을 즐겼습니다. 마침 이 날이 Halloween이었는데, 사자 옷을 입고 간 테이트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엽다는 말을 들었고, 농장 관계자가 찾아와서 사진을 찍어두고 싶다고 부탁을 해서 모델 노릇을 하기도 했습니다. 카이는 원래 공룡 옷을 입기로 했었는데 그 날 아침 갑자기 무섭다고 거부해서, 사자와 공룡이 농장에서 함께 뛰노는 장면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보연이 퍽 아쉬워하는 부분입니다. 돌아와서 카이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까 '다음에는 입겠다'고 말하는데, 다음에는 그 공룡 옷은 테이트에게나 맞을 거라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근처에 쵸콜렛으로 유명한 Hershey Town에도 갔었는데, Kisses 모양의 가로등이 있는 이 마을에서는 카이가 차에서 잠이 들어서 Hershey Chocolate World에는 테이트만 들어가서 놀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지난 번에 갔었던 Please Touch Museum에 다시 들렀는데, 여기서는 테이트가 차에서 잠이 들어서 한동안 카이 혼자서 놀았습니다. 하긴 뭐 둘이 같이 들어간다고 해도 사이좋게 함께 노는 수준은 아직 못 되고, 각자 놀다가 가끔씩 카이는 공격하고 테이트는 엄마아빠의 지원을 받으며 방어하다가 결국엔 한 대 맞고 우는 식이 되곤 합니다.

카이가 오래 전부터 즐겨 봐온 Baby Einstein 시리즈 중에서 Baby Beethoven이 있는데, 그걸 열심히 보던 카이가 얼마 전부터 갑자기 베토벤 심포니들에 관심을 보이더니 급기야 심포니 번호에 따라 멜로디를 따라부르는 경지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이번 여행 내내 카이는 계속 "Baby Beethoven Symphony Number Five"를 틀어달라고 졸라서, 차에서 한 대여섯 번 쯤은 들은 것 같습니다. 사실 여행 분위기에 맞게 6번 전원교향곡을 구워가려고 했다가 공씨디가 없어서 다른 클래식 CD를 여러 장 챙겨 갔는데, 카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Baby Beethoven Symphony Number Five"만 고집했습니다. 며칠 전에 연주실황을 한번 들은 적이 있는 테이트는 전체 곡이 끝나고 박수소리가 들리니까 자기도 같이 손뼉을 따라 쳤었는데, 그 후로는 심포니를 들을 때,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는 '실수'를 연발합니다.

Monday, October 26, 2009

Museum Days


• VIDEO: Kai & Tate Museum Days
  (11:23, English-subtitled)
엄마가 된 이후로 보연은 육아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습니다.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다며 저보고도 좀 읽으라고 권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되더군요. 암튼 보연이 요즘 읽는 책에 따르면 카이 또래의 아이들은 대개 대여섯 단어 정도로 이루어진 문장을 말할 수 있는게 보통이라는데, 카이는 때로는 열 개가 넘는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도 곧잘 말합니다. 그 뿐 아니라 의문사, 부사, 접속사 등도 넣어서 말을 하는데, 이 역시 또래 평균보다 빠른 거라고 합니다. 그렇게 어렵고 긴 문장을 말할 때의 카이를 보면, 낱말을 하나씩 하나씩 띠엄띠엄 연결해가며, 머릿속으로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을 다시 확인하려는 듯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그 표정이 예술입니다.

얼마 전에는 저녁을 먹다 말고 갑자기 중얼중얼 이런 말을 하더군요.
"경청이란 상대방이나 내가 하는 일에 눈과 귀와 마음을 모아 집중하여 그 소중함을 보여주는 것"

알고 보니 카이가 다니는 프리스쿨에서 배운 말이었는데, 물론 그 뜻을 이해해서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그냥 외워서 나오는 말에 가깝겠지만, 암튼 갑자기 뜬금없이 이 말을 중얼중얼 읊는 카이를 보고 있자니, 거짓말 같기도 하고... 놀라움과 감동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군요. 더 놀라운 일도 있는데, 카이의 뛰어난 기억력은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요즘은 1,2년전에 있었던 일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일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인 것처럼만 보였었는데, 이제 말을 할 줄 알게 되고 나서 그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서 말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전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카이 친구들 중에서는 카이보다 훨씬 더 말을 잘 하는 아이도 있고, 카이가 또래보다 뒤늦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아직도 기저귀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카이에게는 분명히 어딘가 좀 특별하고 신비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의 이런 천재스러움이 빛을 발하는 걸 지켜보는 일은 흐뭇하고 흥미롭습니다.

테이트는 사실 거의 모든 면에서 같은 시기의 형보다 더 빠른 발달을 보입니다. 하나하나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사실 이 놈이 더 천재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라서인지, 아니면 형보다 특이한 행태를 보이는 부분들이 적어서인지 테이트의 그런 면들은 대부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요즘은 이런저런 말들을 참 잘 따라 하는데, 엄마, 아빠, 물, 내려(high chair나 car seat에서 내려오겠다는 말), 됐다(뭐가 됐다는건지 암튼 뭘 끝냈거나 자기 마음에 들게 하고 나면 이렇게 말합니다), 차, 셰(새), 기추(기차와 choo choo를 제멋대로 합성한 말)... 자기 이름 "테이트"도 잘 발음하고, 형 이름도 비슷하게 따라하고, 오늘 농장에 가서는 "돼지"와 "닭"을 제대로 된 발음으로 따라 말하더군요. 암튼 새로운 단어를 몇 번 말해주면 금방 다 잘 따라 합니다.

테이트는 여태껏 단 것을 거의 먹어보지 않았는데, 며칠 전부터 엄마가 고구마를 구워서 잘라주니까 너무나도 맛있다는 듯 까르르 웃어가면서 먹습니다. 여전히 틈만 나면 형한테 맞고 사는데, 이젠 맞는 것도 익숙해져서 형이 때리려고 다가오면 몸을 바짝 엎드려서 방어를 하기도 하고, 웬만해선 잘 울지도 않습니다. 엄마나 아빠가 가까이 있을 때 형에게 당하면 평소보다도 더 아픈 척 과장하면서 우는 꾀를 부리기도 합니다. 테이트는 모든 것들에 겁없이 적극적으로 달려 드는 모습이 엄마아빠를 즐겁게 하는데, 암튼 지금까지 17개월을 같이 살아보니, 워낙 별난 모습이 많은 카이보다는 함께 살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가끔 카이는 한번도 하지 않았던 위험한 짓을 시도하려는 것만 빼면.

최근 한두달 동안은 유난히 많은 museum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날씨가 화창한 일요일이어서 마침 kids festival이 열리는 한 농장에 갔었는데, 그 농장도 'farm museum'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어서 어쨌든 오늘도 또 뮤지엄에 간 셈입니다. 그동안 뮤지엄에서 찍어온 영상들에다, 지난 여름에 메트로폴리탄에서 찍은 것까지 더해서 한 편의 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마침 얼마전 한 어린이박물관 멤버쉽을 가입해놓은 터라 제휴를 맺은 대부분의 어린이박물관들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러고보니 이 비디오에 나오는 여섯군데의 뮤지엄들 중에서 입장료를 제대로 내고 들어간 곳이 한 곳 밖에 없군요. :)